신안 증도
해와 바람과 바다와 소금의 섬, 증도
차가웠던 공기와 무거웠던 해가 마침내 물러나고 봄바람이 밀려오기 시작하면, 산뜻한 공기 한 줌, 따뜻한 햇볕 한 자락도 놓치고 싶지 않아진다. 그럴 때 조금이라도 해와 바람을 더 담으러 찾기에 좋은 곳, 전남 신안의 증도이다. 국내에서 연중 일조량이 가장 많은 증도는 해와 바람으로 거두는 천일염의 주요 산지이다. 하지만, 한국의 가정집이라면 반드시 있을 천일염의 명성으로도 가릴 수 없는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는 섬이기도 하다. 해와 바람이 넘치는 섬, 바다와 소금으로 둘러싸인 섬,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 증도의 매력을 담아보자.


태평염전/소금항카페
전남 신안군 증도면 지도증도로 1058
061-275-0829
태평염전은 국내 최대의 단일 면적을 갖춘 염전이다. 광복 후 먹을거리와 일거리를 만들기 위해 첫 삽을 떴는데, 한국전쟁 후인 1953년에야 완공할 수 있었다. 두 섬 사이 바다 양쪽에 뚝을 쌓아 바닷물을 가두어 염전을 만들었는데, 당시로써는 엄청난 사업이었다. 새로 생긴 염전으로 두 섬이 연결되면서 하나의 섬이 될 정도였다. 그때 섬 이름도 ‘증도(增島)’가 되었다. 지금도 태평염전은 증도의 허리이자 증도를 움직이는 심장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폐쇄적인 여타의 염전과 달리 태평염전은 일반 방문객들을 위한 다양한 여가 시설과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증도가 다리로 육지로 연결되기 전까지 목포로 소금을 나르던 배가 오가던 ‘소금항’ 자리에는 소금항카페와 식당, 그리고 소금벽에 둘러싸여 쉴 수 있는 힐링스파까지 있다. 반려견도 편하게 오갈 수 있는 카페 야외 테라스에 앉아서 바로 앞 너른 갯벌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썰물과 밀물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갯벌은 시간대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을 전해준다.
소금항카페의 시그니처 메뉴인 소금 라떼나 소금 아이스크림과 함께 소금빵까지 먹으면 인간의 기본 미각인 짠맛의 심오한 깊이에 도달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염전에서 먹어서 더 신비로운 짠맛일까? 이 좋은 맛을 강아지랑은 나눌 수 없으니, 강아지에게 덜 미안해지려면 간식은 따로 두둑이 챙겨가자.


소금박물관
전남 신안군 증도면 지도증도로 1058
061-275-0829
소금박물관은 태평염전에서 방문객을 위해 마련한 문화시설이다.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관으로 나뉘는데, 상설전시관에서는 소금의 역사나 소금에 대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배울 수 있다. 소금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소금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염전체험에 나서 보아도 좋다. 하루 2회 진행하는 염전체험에서는 염전에서 소금을 거두고 나르던 전통적인 방식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체험을 진행하는 염전의 공개된 구간에서는 거울같이 반사되는 염전을 배경으로 인생사진도 남길 수 있다.
기획전시관에서는 증도까지 내려와서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 못했던 전시도 만날 수 있다. 태평염전에서 매년 국내외 작가를 공모·선발하여 전시를 준비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실내에 전시되었던 작품들은 다른 전시 준비를 위해서는 거두어야 하지만, 야외 전시공간에서는 스위스, 독일, 영국, 일본 출신의 작가들이 증도에서 3개월을 머물며 남긴 작품들을 영구 전시 중이다. 봄이면 노랗게 물드는 유채밭과 가을이면 연꽃이 아름다운 연못으로 둘러싸인 야외 전시장 내 사잇길에서 강아지와 함께 걸으면 예술과 자연 속으로 동시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태평염생식물원/소금밭전망대
태평염생식물원
전남 신안군 증도면 증동리 1930
061-275-7541
태평염생식물원은 염도가 높은 토양에서만 식물만 자랄 수 있는 염생식물이 자라는 자연 식물원이다. 삐비(띠)와 함초(퉁퉁마디) 등이 대표적인 염생식물인데, 식물원은 봄이면 삐비의 보드랗고 하얀 털로 뒤덮이고 가을이면 함초로 인해 붉게 물든다. 목재데크가 잘 놓여있어 반려견과 함께 걷기에도 좋고, 데크 위에서는 삐비와 함초 사이에 숨어있는 게와 짱뚱어 등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염생식물원을 좀 더 넓게 보기 위해서는 소금가게 뒤편에 있는 언덕 위 소금밭전망대에 오르면 된다. 전망대에서는 식물원은 물론 광활한 태평염전 전체를 전부 내려다볼 수 있다. 증도의 동쪽 끝이지만 증도의 서쪽 끝까지 시야에 걸리는 것이 없어서 염전 뒤로 넘어가는 해를 촬영하려는 사진가들이 자주 찾는 스폿이기도 하다. 한 가지, 전망대로 가는 길은 가벼운 마음으로 10분이면 오를 수 있긴 해도 반려견에게는 무리일 정도로 경사진 길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우도해수욕장/천년해송숲길
전남 신안군 증도면 우전리
061-271-7619
증도에서 반려견과의 여행을 최대한으로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는 아마도 우도해수욕장일 것이다. 우도해수욕장은 4.5km 정도 이어져서 한창 사람이 붐비는 휴가철에도 어렵지 않게 한적한 지점을 찾을 수 있다. 우도해수욕장의 긴 해변 끝에는 또 하나의 해수욕장인 짱뚱어해수욕장이 있는데, 두 해변은 이어져서 사실상 하나의 해변과 같다. 북쪽 짱뚱어다리 쪽에서 내려오는 사람은 짱뚱어해변이라고 생각하고, 남쪽 슬로우시티센터에서 출발해서 올라가는 사람은 우도해변으로 알고 돌아갈 뿐이다.
곱고 넓은 해변의 모래사장도 좋지만 절대 놓칠 수 없는 곳은 긴 우도해변을 따라 쭉 이어지는 천년해송숲길이다. 하늘을 가릴 정도로 높고 우거진 소나무 사이로 난 길은 해변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깊고 푸르다. 해변에서 들어오는 커다란 파도 소리마저 솔잎에 자잘하게 부서지면서 마치 ASMR처럼 잔잔해진다. 한여름에도 솔잎이 수북이 쌓여 있는 푹신하고 아담한 산책길이든, 좀 더 넓고 탁 트인 고운 진흙길이든, 강아지에게도 사람에게도 모두 너그럽고 평화로운 길이다.
해안도로/낙조전망대
평평하고 넓게 펼쳐진 해변과 갯벌도 좋지만, 증도의 또 다른 매력은 해안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증도의 북쪽 언덕길이다. 증도를 한 바퀴 감싸 도는 코스에서 자전거 여행객들이 가장 비경으로 꼽는 구간이기도 하다. 이 구간은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데, 워낙에 자동차도 사람도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라서 잠시 차를 두고 반려견과 한가로운 산책을 하기에 좋다.
낙조전망대는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길 거의 끝 지점에 있으며, 그 이름처럼 증도에서 일몰이 가장 아름다운 지점이기도 하다. 징검다리처럼 놓여있는 섬들 사이로 해가 내려갈 때는 바다가 온 해를 삼킨 것 마냥 붉어진다.
전망대 근처에는 기념비가 하나 서 있는데, 자세히 보면 신안해저유물발굴기념비라고 쓰여 있다. 14세기 중국에서 수많은 공예품과 생필품을 싫고 일본으로 향하던 배는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했다가 1975년 신안의 한 어부에 의해 발견되었다. 부표가 띄어져 있는 발견 지점은 낙조전망대에서 잘 보인다. 지금도 여러 어선이 항상 떠 있는 연안인데, 보물은 늘 이렇게 가깝기도 하고 또 멀기도 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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